'공무원은 코, 대기업은 눈꼬리'‥직종별 취업 성형 부위는?
취업난 때문에 성형외과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. 취업 대비 스펙(spec·각
종 경력과 자격을 뜻함)을 말할 때 마지막으로 외모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
니다. 이른바 외모 스펙입니다.
외모가 취업의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지만,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호감 가
는 인상을 가진 사람이 더 유리할 것이란 생각 때문입니다. 그래서 ‘취업 성형’이라
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는데요.
◇"취업 성형 상담 3~4배 증가"
현재 3월 주요 기업 채용 시즌을 앞두고 많은 취준생들이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를 찾
고 있는 상황입니다. 성형외과 원장들은 “최근 2-30대 취준생들의 성형 상담이 3~4
배 증가하고 있다”며 "이력서 외모와 실제 외모가 다르면 안 되기 때문에 기업에 지
원하기 3~4개월 전부터 문의를 시작한다"고 했다. 졸업을 앞둔 대학생, 졸업 유예생
들은 이미 방학 기간에 성형 수술을 받았습니다. 이직을 노리는 젊은 직장인들도 종
종 찾는다고 하더군요."
그런데 성형외과를 찾은 취준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직종별에 따라 선호하는 성형수
술도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. 혹시 알고 계셨나요? 그랜드성형외과병원 이세환 원장
은 “과거엔 자신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선호하는 성형은 주로 쌍꺼풀이었지만, 이젠
직종별로 다른 외모를 원한다”고 말합니다.
우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면접관들에게 신뢰를 줄만한, ‘반듯한’ 첫
인상을 원한다고 합니다. 작년부터 공무원 시험에서 면접 전형 비중이 높아지면서
‘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보자’라는 심정으로 성형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.
공무원 취준생들의 성형 문의 1위는 ‘코 필러 수술’이라고 합니다. 비용은 보통 20만
~30만원 비싸면 40만~50만원 정도인데요. 쥬얼리성형외과 백인수 원장은 “휘어진
코 때문에 첫 인상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얼굴 비율에 맞는 반듯한 코에 대한 성
형 문의가 많다”고 했습니다. 반듯한 코는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준다고 해 인사 담당
자들이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죠.
◇직종별 선호 수술 부위 달라, 아나운서는 코끝 조각술
승무원 취준생들은 단정한 올림머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‘깨끗한 이마’를 만들어주
는 헤어라인시술이나 이마지방이식술 등을 많이 문의한다고 하네요. 또 또렷한 인상
을 위해 눈매교정술과 쌍꺼풀, 앞트임 등의 시술 상담을 주로 한답니다.
아나운서 지망생의 경우 지적인 이미지를 위해 높은 코보다는 적당한 높이의 코를
원하고, ‘코끝 조각술’을 주로 한다네요. 코끝조각술은 콧등의 높이에 잘 어울리게 코
끝을 높이고 또한 벌어진 코끝을 모아주는 성형을 말합니다.
대기업 등 일반 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취준생들의 얼굴이 너무 강해 보이는 인상이
라면, 눈꼬리 내리는 수술을 추천한다고 합니다. 또 무표정해보이거나 다소 뚱해 보
이는 인상인 경우엔 입꼬리를 살짝 올려 ‘미소상’으로 바꿔주는 수술을 주로 받는다
네요.
성형외과는 취준생들에게 보통 성형수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‘자연스러운 인상’을 만
들어주는 ‘쁘띠(프랑스어 Petti, ‘작은’이라는 뜻)성형’을 추천한다고 합니다. 이른바
‘성형티’가 나면 면접관들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
명입니다.
쁘띠성형은 보톡스와 필러가 대표적인데, 보통 성형수술에 비해 수술 시간도 짧고
회복 기간도 1~2일 정도에 불과해 취업 준비에 바쁜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
네요.
하지만 아무리 간단한 시술도 부작용과 중독성이 따르기 마련입니다. 한국소비자원
은 최근 3년 간 피부 괴사, 안면 마비 등 쁘띠 성형 피해가 1245건에 달했다고 밝혔습
니다.
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구직자 872명에게 구직 활동 중 외모 때문에 피해
본 경험이 있느냐고 묻자 31.%가 있다고 답했습니다. 언제 외모때문에 피해를 본다
고 느끼냐는 질문에는 ‘외모 좋은 지원자에게 질문이 쏟아질 때’(38.5%)를 가장 많
이 꼽았네요.
그러나 정작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“외모는 평가 대상에 들어가지 않
는다”고 말합니다. 중요한 건 직무에 적합한 능력, 품성, 기업에 맞는 인재상인지 여
부 등이라고 합니다.
◇"미모보다는 용모가 중요"
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. 작년 하반기 신입사원을 뽑은 주
요기업 입사 지원서를 분석한 결과, 100곳 가운데 무려 86곳 증명사진을 요구했습니
다. 외모를 보지 않는다면서 왜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라고 할까요? 취준생들이
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에 칼을 대는 현 상황엔 이유가 있습니
다. 미국과 프랑스 등은 법으로 채용 서류에 사진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 놓았습니
다.
또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은 기업 인사담당자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 보
니 64%가 채용할 때 지원자의 외모를 평가한다고 했습니다. 외모 평가 이유로는
35.5%가 ‘대인관계가 원만할 것 같아서’라고 답했고, 34.8%는 ‘자기관리가 뛰어날
것 같아서’라고 대답했습니다. 물론 이 외모는 ‘미모’보다는 ‘용모’에 가깝습니다.
예를 들어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OO은행은 ‘외모’를 보는 것으로 유명한 것으로 알려
졌는데요. 이 은행은 “외모를 보는 게 맞다”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. 다만, 여기서 외
모란 얼마나 잘 생겼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밝고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지를 뜻
한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입니다.
[출처] 조선일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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