공무원 시험 열풍과 경기불황의 상관관계(相關關係)

경기불황과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9급 공채시험에 22만명이 넘는 인원이 몰려 취업난 속 공무원 지원 열풍을 이어갔다. 20~30대는 물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공 무원을 선택한 10대들과 인생 이모작을 노리는 50대의 늦깎이 지원자까지 대거 몰리 고 있다. 지난달 2016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응시원서 접수 결과 선발예정인원 4,120 명에 총 22만2,650명이 지원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. 경쟁률은 54.0대1이다. 선 발예정인원은 지난해 3,700명에서 11.4% 증가했으며 접수인원은 19만987명에서 16.6% 늘어난 것이다. 그러나 지난 9일 치러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에서 원서를 접수한 22만 2,650명 가운데 5만8062명이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아 고사장 임대와 시험지 인쇄 등 비용에서 6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. 2009년부터 9급 공무원 응시자 연령제한이 사라지면서 해마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 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. 장기화한 경기 침체, 만혼(晩婚) 현상 등이 중장년층 ‘공 시’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. 정리해고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 만둔 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‘중장년 공시족’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. 공직 최하위직인 9급에 연령을 불문하고 수십만명이 몰리고, 최근에는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지원자 송모(26)씨가 공무원이 되고자 범죄까지 저지를 정도로 치솟 은 공무원 인기는,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처우 간극이 극심 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. 9급 초임부터 국무총리까지 우리나라 모든 공무원의 평균연봉을 가늠할 수 있는 기 준소득월액 평균은 작년 기준으로 5천604만원(세전)이다. 2011년 이후 4년간 연평 균 상승폭을 적용하면 올해는 5천860만원선으로 추정된다. 일반적으로 장기근속자가 많은 교직원, 위험수당이 많은 경찰과 소방관 등이 상대적 으로 총급여가 많고 일반직 공무원은 적은 편이다. 그러나 근속기간이 짧은 초임 공 무원도 우리 사회 전반과 비교하면 그다지 박하지 않다. 기본급에 해당하는 '봉급'에 정액급식비·직급보조비·정근수당·명절휴가비와 현금처 럼 쓸 수 있는 '맞춤형 복지비'까지 고려하면 9급 지방직의 초임은 2천 600만∼2천 700만원 수준이다. 그러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상당수가 안정성을 이유로 공직사회에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조사(공무원수험신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2%, 알바몬 조사 결과 80.1%)된 가운데 정부가 소극행정 공무원을 퇴출한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. 이에 따라 앞으로는 부작위 또는 직무태만 등 소극행정으로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공무원은 최고 파면의 징계처분이 내려지며, 경미한 소극행정도 인사 상 불이익을 피할 수 없게 됐다. 봄바람에 눈처럼 흩날리는 벚꽃잎도, 총선을 앞두고 내걸린 후보들의 현수막도, 인 생이 걸린 시험을 앞둔 공시생들에겐 남의 일 같다. 정부청사 침입 사건으로 공시생 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려도 신경 쓸 겨를은 없다. 긴장감이 가득한 학원에선 말 한마 디,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. 1년에 한 번, 100분의 시간에 100개의 문제. 매년 마지막이라며 호흡을 가다듬은 수 험생들에게 공무원 시험이라는 사상 가장 좁은 문을 뚫는 숙제는 언제 쯤 풀릴것인 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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