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현장스케치] 2016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장을 가다
"전년보다 차분한 분위기"
지난 6월 18일 지방직 9급 공무원시험이 종료됐다. 지난해에는 지방직 9급 시험이 6
월 27일에 실시됐다. 지난해 6월은 메르스 파장이 고조된 시기로 이에 시험전부터 수
험생 안전을 위해 시험을 연기해야 한다, 원안대로 진행해야 한다 등 이런저런 말이
많이 나왔었다.
결국 시험 일정은 연기없이 당초 계획했던 대로 진행됐고 시험장에는 감독관 외 보
건소직원, 경찰, 앰뷸런스 등이 투입돼 비상사태에 대비했다. 시험을 보런 온 수험생
들은 입실 전 손소독과 발열검사를 마친 후 들어갈 수 있었다. 통상 시험장 외부에
는 두세명의 감독관이 안내하나, 지난해에는 메르스로 인한 안전강화를 위해 고사장
마다 10명~15명 안팍의 인력이 외부에 배치됐다.
북적였던 지난해 고사장과는 달리 올해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험이 진행됐다.
고사장에서 올 지방직 9급 경호를 맡은 학교 관계자는 “지난해보다 차분한 분위기
며 올해도 많은 학생들이 시험을 보러 온 것 같다”는 생각을 내비쳤다. 지방직 9급
시험 시작 전부터 시험 끝난 후까지 별 일은 없었다. 기관이 정한 입실시간을 지키
지 않고 늦게서야 시험장에 부랴부랴 나타나는 학생들이 여전히 보였다는 것 외에
는.
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높아졌다 혹은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라는 말은 수도 없
이 있어왔고 실제 이에 도전하는 이가 크게 늘면서 이를 방증해주고 있는 상황이다.
그렇다고 단순히 공무원 시험 수험생이 늘었다는 것이 공무원 시험 인기를 실감케
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닌 듯 싶다.
그냥 눈으로 보여지는 시험장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용한 것이었지만, 개인적으로 보
여지는 것 외 보이지 않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그 어떤 때보다 열기를 띠었다고 생각
한다. 시험보러 온 수험생 간 보이지않는 기싸움같은 것이 느껴지면서 이번도 장난
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이다.
또한 이전에는 시험을 마치고 취재를 하면 “어렵네요”라는 말이 먼저 나왔는데 최근
에는 “괜찮았네요”라는 말이 먼저 들리는 것 같다. 시험이 쉽던 어렵던 간에 일단은
시험을 치르고 나와서는 늘 아쉬워하는 응시자들이 많이 보였지만, 요즘에는 잘 봤
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응시자들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.
이번 지방직 9급 시험장에서 “영어는 원래 잘했고요. 좀 더 공부하면 될 것 같네요”
하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어본 것이 처음이었던지라 기자 역시 자못 놀랐던 것 같다.
이번 지방직 9급 시험의 경우 신규, 기존 학생 할 것 없이 모두 쉽다라는 의견이 일치
했다. 평이했다와 쉬웠다는 또다른 의미다. 응시자들 대부분이 전반적으로 쉬웠다
는 데 입을 모았다는 것은 시험이 정말 쉬웠다는 의미고, 너무 쉬웠다고 생각한 응시
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열심히 공부한 게 허무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.
실제로 이번 지방직 9급 시험을 치른 한 응시자는 시험이 어땠느냐의 기자의 질문에
“너무 쉽고 변별력이 없어져서 큰 일”이라고 전했다. 울먹이기까지 한 그를 보면서
그래도 시험이 조금 어렵게 출제되는 것이 나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
같다.
공부를 어느정도 한 수험생 입장에서는 문제가 쉬운 것이 오히려 독이라는 것을 그
의 큰 목소리에서 생생히 느꼈으며, 이에 출제기관이 앞으로는 보다 변별력있는 출
제를 해야한다는 그의 생각에 기자 역시 동의했던 것 같다.
이번 지방직 9급 시험에는 7급 수험생들의 응시가 적잖게 있었다. 7급 수험생 상당수
가 지난 국가직도 치렀고 이번 지방직도 치렀으며, 오는 서울시 시험도 치를 예정이
다. 이들은 국어, 영어, 한국사 등 9급 필수과목은 상대적으로 안정권에 들어서 있는
상황이고, 단 선택과목에서는 다소 약한 모습인 것 같다.
실제 이번 지방직 9급에 응시한 7급 수험생 일부는 모두 선택과목의 행정법을 난제
로 꼽았다. 행정법의 경우 메인으로 9급 수험서로 공부를 하더라도 7급, 변호사시험
에 나오는 출제맥락이 비슷해서 같이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.
9급이지만 넓게보면 7급에 나오는 문제도 풀어보게 된다는 것이다. 하지만 암기과목
으로 7급을 준비했어도 9급은 또 다른 출제 경향을 보이는 면이 있기 때문에 따로
더 공부할 것이 있고 이는 공부량을 늘리면서 점수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.
지방직 9급 시험장에서 생각한건, 공무원 시험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은 이제 그저
시험을 준비하는 수가 늘어났다는 게 아니라, 실력있는 학생들의 도전이 늘어난 데
따른 것이라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.
실력있는 학생들의 합격이 늘면 공무원 시험의 위상은 더 높아지게 될 것이고, 공무
원은 더욱 인정받는 직업이 될 것이다. 그럼으로써 도전자는 계속 늘 것이다. 지금
상태로 봐선 앞으로 공무원시험 인기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.
오는 25일에는 서울시 시험이 치러진다. 서울시 시험은 시 자체 출제로 인사혁신처
가 출제한 국가직, 지방직과는 또다른 출제 양상을 띨 수 있다.
올 서울시 시험일에는 세무직 면접이 치러지고, 또한 시험이 서울에서만 실시되기
때문에 시험당일 집과 거리가 멀어 시험을 포기하는 수험생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
다. 그 수가 많지는 않겠지만 말이다. 국가직, 지방직 점수를 보고 실망하는 수험생
도 있겠고, 어느정도 합격을 확신하는 수험생도 있을 테지만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
아님을 명심하고 남은 시험준비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다.
[출처] 법률저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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